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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먼드 챈들러, <리틀 시스터> 13번째 챕터, 나는 선셋대로를 타고 동쪽으로 차를 몰았지만 집으로 가지는 않았다. 라브리 가에서 나는 북쪽으로 차를 돌려 하이랜드 쪽으로 휙 돌아서 카후엔가 출입구로 나가 벤추라 대로로 빠진 뒤 스튜디오 시티와 셔먼 오크스, 엔시노를 지났다. 이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었다. 불필요한 장비를 모두 벗겨낸 포드 자동차를 탄 폭주족들이 15분의 1인치 틈을 두고 앞 차의 펜더에 바짝 붙기는 했지만 용케들 피해가며 교통의 흐름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쿠페나 세단을 탄 피곤한 남자들은 움찔하며 핸들을 쥔 손에 더 세게 힘을 주고 집과 저녁식사, 스포츠란을 읽는 저녁, 쾅쾅 울려대는 라디오, 징징 울어대는 버릇없는 아들, 주절대는 멍청한 아내를 향해 북쪽이나 서쪽으로 고생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차를 몰아 야한 네온사인들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위장 영업소들, 알록달록한 빛 아래서는 궁전처럼 보이는 허름한 햄버거 가게, 강인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웨이트리스들이 서커스에서처럼 즐겁게 돌아다니는 원형 드라이브인 식당, 환한 카운터, 두꺼비도 독살할 수 있을 것 같은 땀과 기름으로 범벅이 된 부엌을 지나쳐갔다. 거대한 더블 트럭들이 월밍튼이나 샌페드로에서부터 세풀베다를 넘어 덜거덕거리며 지나가 리지루트 쪽으로 건너가더니, 신호등 앞에서 동물원의 사자가 으르렁대는 듯한 낮은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건 채로 멈춰 섰다.
아득 : 방금 들으신 곡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 아서 클라크 경 원작의 2001 스페이스 오딧시 오프닝곡이었습니다. 오늘은 창간 1주년을 맞은 장르문학 전문 소설 매거진 월간 판타스틱의 5월호를 리뷰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분으로 자칭 문화비평가이자, 장르문학에 강력한 팬심을 가지고 포스를 수련하고 계신다는 제임수(濟林藪)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지금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제임수 : 방금 곡 제목이 뭐였죠? 아득 : 아, 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인데요. 제임수 : 동네 도서관에 가면, 자라, 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적혀 있던데.. 아득 : .... 제임수 : 동네 소금가게에는 짜라, 투스트라는.. 아득 : 네, 그 이야기는 그 즈음하고, 우리 판타스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죠. 제임수 : 아, 제가 이번 호를 받아들고 한 생각은 벌써 일년인가 하는 것이었죠. 처음으로 판타스틱이라는 장르문학 전문잡지가 나온다고 했을 때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장르문학잡지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목마른 독자층은 분명히 있는데, 시장에서의 파급효과는 이상하게도 미미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라져간 몇몇 잡지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죠. 뭐, 저는 관계자가 아니라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몇몇 출판사들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꾸준하지만 근근하게 출판을 이어가고 있는 형국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성실한 구매자라고는 말 할 수 없구요. 하지만 판타스틱이 이렇게 일년을 버텨내고, 뛰어난 퀄리티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장르문학 팬덤의 일원으로써 만들어주시는 분들과 독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임수 : 그렇죠, 노란색의 도시락통입니다. 도시락 통이라기 보다는 과자통에 가까운 건데요. 뚜껑을 열면 책이 안에 곱게 들어있습니다. 덕분에 서점내에서 미리보기가 불가능하죠. 아득 : 그래, 그 양철통은 뭣에 쓰고 계신지? 제임수 : 여동생이 뺏어가서 책만 토해내고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아득 : 여동생이 탐낼 정도라면 예쁘긴 한가보군요? 제임수 : 뭐, 동생 취향이야 많이 특이하니까. 그래도 색깔도 사이즈도 적당합니다. 받은 편지나 영수증 넣어놓기 좋습니다. 튀김할 때 쓰는 커다란 종이 깔고 과자를 담아두어도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이번 호 부터는 표지도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형식으로 이어갈 것인가 자못 궁금한데요. 저는 처음에 스타워즈에 나오는 츄바카가 앉아 있는 줄 알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제다이의 귀환에 나왔던 테디베어 같은 이오크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장 쥘리앙이라는 디자이너의 작품이었습니다. 저번의 디자인 구성도 좋았지만, 이번 호도 마음에 드는군요. 깔끔해진 느낌이에요. 아득 : 하지만 이번 호에 어떤 기사가 있는지는 잘 알 수가 없잖습니까? 물론, 가운데 츄바카군 가슴털에 주요작가들 이름이 있고, 검은 띠가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고도의 낚시일까요? 조지 마틴과 아서 클락 경은 특집 기사일 뿐 소설 한 편 실리지 않았습니다. 테드 창은 이름이 틀렸군요. 안습이네요. 제임수 : 뭐, 아무리 그래봤자, 노란 과자통에 가로막혀 서점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런거죠. 아마도 양철통은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는 동시에 약간 소심함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뒷표지의 조인성은, 많은 여성독자들이 좋아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저는 츄바카가 마음에 드니 전부 패스. 제다이의 귀환에 등장하는 이웍ewok들의 인기는 스타워즈내 외계생물 중에서도 높은 편이어서 -귀여운 외모와 행동 때문에?-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외전이 제작되기도 했다. (..두편 이던가? 세편이던가?) 특집기사 아득 : 말이 나온 김에 잡지에 실린 기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죠. 특집기사를 제외하면 이슈와 인터뷰 란에서 국내 라이트 노벨계의 편집자, 작가들과 직접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시도가 상당히 괜찮게 느껴졌는데요, 아무래도 지금은 처음만큼 반응이 격렬하지는 않지만, 국내 라이트노벨이나, 익스트림노벨, 스니커문고 등 같은 풍의 뭔가 새로운 경향이 확실히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일까요? 제임수 : 아무래도 장르문학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조류라고 할 수 있겠죠. 긍정적인 것은 많은 국내작가들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웹상에서 감상이나 리뷰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요. 저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주류라던가 비주류라던가 하는 경계 없이 장르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는 문학과 작가들을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국내작가들 같은 경우에는 이런 자리가 귀하다는 느낌일까요. 창작과 비평이나 현대문학 같은 순문학 쪽 계간지에서도 순문학내에서 점점 경계소설, 장르소설들이 출현하는 것에 대해서 요즈음 주목하고 있는데, 애초에 장르경향의 소설이 실리는 매거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진 판타스틱이라면 어떻게 해서 국내 작가들을 비주류와 주류로 가르지 않으면서 잘 포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어떻게 선별해서 잡지의 색을 살릴 것인가 하는게 평생의 과제겠죠. 아득 : 흠, 너무 진지 한 것 아닙니까? 제임수 : 아직은 진지 라거나 연세 라는 말보다는, 식사나 나이 라는 단어가 더 익숙합니다만... 아득 : 그냥 진지한게 낫겠군요. 저는 특히 이슈 기사 같은 경우가 좋았습니다. 편집자와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삼항구도를 조금은 엿볼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편집자라는 역할이 꽤나 모호하니까 말이죠. 제임수 : 아무래도 이번 이슈 기사에서는 작가와 편집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들을 알게 되어서, 장르쪽의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편집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도 말이죠. 독자들은 물론 소설 뒤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구나 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구요. 아득 : 그럼 아서 클라크경과 조지 마틴 특집기사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죠. 저는 아서 클라크 쪽 기사가 아무래도 시의성이랄까, 그런 것이 적절해서 더 괜찮았는데 말이죠. 제임수 : 게다가 사진도 있고요! 아득 : 네, 조지 RR 마틴은 일러스트가 있죠. 사진은 없습니다. 근데 이 일러스트가, 이 양반은 무슨 마도로스인가 하는 느낌을 준다는거죠. 제임수 : 아마도 그런 이미지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데요.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아득 : 저는 산타 할아버지라는 느낌이 있다구요. 제임수 : 뭐, 그게 그거 아닙니까? 마도로스는 통통배, 산타할배는 순록썰매 끈다는게 다른거지. 아득 : 그래도 이 일러스트는 너무 해요. 젤라즈니 사진도 실렸는데, 자기 특집기사에 사진 본인 사진 한 장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제임수 : 뭔가 내부 사정이 있었겠죠. 아무튼 ‘히치하이커 합본판’과 ‘일리움’과 더불어 책장계의 3대 학살자 시리즈로 꼽히는 ‘왕좌의 게임’, ‘왕들의 전쟁’, ‘간지의 폭풍.. 아이쿠 죄송합니다. 성검의 폭풍’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를 주는 기사였습니다. 저도 조지 마틴이 이렇게 외도를 많이 했는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사실 저는 조지 마틴이 쓴 에세이 글이라고 하나 기대했습니다만. 아득 : 인터뷰 기사는 다음호에서 만날 수 있다잖아요. 고도의 상술인거죠. 제임수 : 네? 그런 말이 있던가요? 어디? 어디? 아득 : 그럼, 제임수씨가 찾아보는 동안 노래 하나 듣죠. 아득 : 판타스틱의 뮤직트렌드에서 소개 되었던 Moby의 저번 앨범에서 한 곡 골라보았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리뷰를 해보도록 하죠. 제임수 : 네, 좋았죠. 과연 책등에 실릴만한 기사였습니다. 작가 사진도 들어가 있고요. 아득 : 사실 별로 조지 마틴 기사보다 더 뭔가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왠지 옥소독스 하다는 느낌이지 않습니까? 제임수 : 네, 그걸 후광효과라고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영화 개봉전에 배우가 죽거나 하면 인기를 끌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번 여름에 개봉할 배트맨.. 아득 : 리뷰에 집중해 주시죠. 제임수 : 아서 클라크 관련 기사는 아무래도 추억담과 더불어서, 클라크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설명, 그리고 보너스들이 총총 섞여 있는 느낌이죠. 조지 쌍R 마틴 기사는 아무래도 궁금증만 일으키고 끝난다고 할까요. 아득 : 추모사와 떡밥인거죠.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장르문학 잡지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 있죠. 판타스틱의 이번 추리 분야의 (흑)역사를 살펴보는 기사는 참 좋았어요. 제임수 : 포커스 기사도 저는 좋았습니다. 미스터리 계간지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나오는 작품들 하나하나가 너무 읽고 싶어서 미치겠더군요. 아득 : 또 헌책방을 헤매이겠군요. 제임수 : 아무래도 본격추리 쪽은 SF 보다 국내 작가 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더욱 반가운 기사였습니다. 아득 : 트렌드 기사나 캘린더는 어떻습니까? 제임수 : 네, 이런 분야에서는 *심을 벤치마킹 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읽기에 재미있었습니다. 아득 : .. 트렌드 기사를 보려고 하면 *Q나 맥*을 보겠죠. 판타스틱을 보겠습니까? 제임수 : 그럼 애초에 왜 물어봤습니까? 판타스틱 5월호에 실린 소설들 아득 : 아무튼 판타스틱의 다른 코너들에 관해서는 좀 있다가 이야기로 하고 메인요리라고 할 수 있는 소설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죠. 총 7편의 소설이 실렸습니다. 그 중에 단편은 조성희의 “검은실”, H.G. 웰스의 “데이비슨의 기이한 눈”, 테드 창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고, 나머지는 연재작들입니다. 종종 판타스틱 하면 연재작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제임수 : 글쎄요, 이번호는 연재 시작이 두 편이나 되기 때문에 별로 나쁜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로버트 실버버그의 “황야의 길가메시”의 앞부분 줄거리가 궁금하더군요. 조그맣게라도 정리되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아득 : 루이스 캐럴의 “실비와 브루노”는 요약 줄거리를 제공하지 않습니까? 제임수 : 그쪽은 이미 줄거리 요약이 대단찮은 의미를 가진 정도로 많이 많이 전개되었기 때문에.. 아득 : 아무튼 소설부분의 디자인 시원시원해서 읽으면서 넘기는 재미가 있는 편입니다. 제임수 : 그보다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조성희씨의 “검은실”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농촌좀비호러탐정물이라는 식이라는 느낌인데, 굉장히 빠르게 읽히죠. 아득 : 그래 빠르게 읽힌다는 장점 뿐입니까? 제임수 : 판타스틱에 이어지는 소설들의 첫 번째로는 손색없다는 느낌입니다. 호러풍의 수수께끼 풀이인데, 갈데까지 가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중반부의 갑작스런 꺽임으로 느껴지는 비약은 좀 거북스럽군요. 뭐, 그게 더 재미있기도 합니다만. 저야 뭐, 탐정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니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아득 : 그리고 H.G.웰즈의 작품이 있군요. 이건 천리안 이야기 아닙니까? 제임수 : 그렇죠, 어느날 갑자기 시각만 아주 먼 곳으로 이동해버리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죠. 약간 고딕풍의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결말부의 그 흐리멍덩함이 좋아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잘모르겠다라는 식의. 아득 : 역시 성격대로군요. 제임수 : 넘어갑시다. 테드 창 아득 : 다음은 최근의 대형작가인 테드 창의 휴고상 및 네뷸러상 후보작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인데요. 이건 표지에도 아서 클라크나 조지 RR 마틴과 함께 이름을 올릴 정도로 판타스틱이 메인메뉴중의 메인으로 꼽은 핵심적인 작품이 아니겠습니까? 제임수 : 그렇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아니? 의왼데 했다가, 역시! 하는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음, 장르적인 시각이 아니라고 해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간 이동 할 수 있는 문에 관한 아랍설화 같은 이야기죠. 아득 : 테드 창 쪽은 아무래도 작가 소개라던가 작품 설명등이 작품 후에 비교적 자세하게 되어 있는 편인데, 이건 번역자의 힘일까요? 제임수 : 아무래도 그렇겠죠. 김상훈씨야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번역하기도 했구요. 그러고보니 판타스틱의 소설의 번역자들에 관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득 : 뭐,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할 수 있을텐데요. 제임수 : 그게 항상 득인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겠죠. 저만해도 단지 문화비평가로만 소개하고 땡이잖습니까? 당신도 DJ로만 소개하면 땡이고. 아득 : 흠흠. 다음은 김탁환씨의 개화기 경쾌 잔혹극이라는 “당신은 식인종”이라는 작품입니다. 제임수 :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죠. 구한말, 미국공사와 함께 조선으로 따라온 로즈라는 미국인 여성과 조선황궁쪽의 백지라는 검객 겸 첩보원의 로맨스를 바탕으로, 사라지는 아녀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득 : 언젠가 Clio님의 블로그에서 개화기 때 조선으로 들어온 루즈벨트 대통령의 천방지축 몇째딸 이야기를 읽은적이 있었는데요. 제임수 : 로즈라는 여성은 뭐, 천방지축일지는 몰라도, Clio님 블로그에 나왔던 그 여성 같은 망발은 아닙니다. 뭐, 어쩄든 개화기의 셰익스피어라니 이것도 묘한 분위기이죠. 낸시 크레스의 스페인의 거지들
아득 : 다음은 악명높은 스페인의 거지들 이라는 작품입니다. 제임수 : 이거 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오긴 나오는 겁니까? 아득 : 그런 루머에 일일이 낚이는 걸 보니 당신도 어쩔 수 없군요. 제임수 : 케이트 빌헬름도 나왔으니, 뭐 다음은 낸시 크레스가 아니겠느냐 이런 이야기가 있긴 했었죠. 아득 : 그런 식이라면, 뭐, 국내에 소개가 안되는 작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임수 : 판타스틱이 아니라면, 뭐, 번역본으로 만나기는 무척 힘들죠. 웹상에 떠도는 번역본등이 아니라면 말이죠. 어쨌든 스페인의 거지들은 이후에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의 신호탄이 되는 작품이라는데요, 역시 연재 첫회는 언제나 반짝반짝 다음이 기대됩니다. 더구나 주인공이 여자애들이라는 점이 참 마음에 들어요. 남자애들이라면 이미 50점 감점입니다. 아득 : 그러면 비교적 땀내나는 “황야의 길가메시”는 어땠습니까? 제임수 : 아, 이거 정말 앞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야겠습니다. 블랙코메디로 시작해서, 뭔가 찐하고 짠하게 끝나잖습니까? 바보가 아니면 정말 쓸 수 없는 작품이죠. 아득 : 그랜드 마스터에게 바보라니, 이거 안티가 천만 생깁니다. 제임수 : 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확실히 남자다- 라고 공언했던 바보니까, 이렇게 멋진 작품도 쓸 수 있는겁니다. 다음은 루이스 캐럴의 “실비와 브루노” 8회인데, 일러스트와 그 재미있는 시만으로 충분히 이번 연재회는 그 값어치를 합니다. 아득 : 개인적으로는 해제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임수 : 마틴 가드너가 주석이라도 달아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득 : 마틴 가드너는 다시 괴델과 수학 쪽으로 넘어갔어요. 코믹스 아득 : 그럼 코믹스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제임수 : 조지 오웰의 평론 이야기는 왜 넘어가나요? 전 이런 소소한 읽을거리들이 참 좋던데. 아득 : 우리 지금 리뷰를 하는거지 페이지 별로 씹어먹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제임수 : 뭐, 좋으실데로. 킹Gyo님의 귀찮아 죽겠다 ... 포쓰 쩐다.. 아득 : 킹교님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입니다. 제임수 : 근데, 왜 퀸Gyo가 아니라 킹Gyo입니까? 아득 : .... Gyo님에게 이런 무엄한. 제임수 : ... 아무튼, 제멋대로라는 제목과는 달리 아무래도 진중한 맛이 강해서 저는 적월전기라던가에서 헬무트라던가에서 보여주었던 약간의 막가파 식 정신이 좀 희석된 것 같아 아쉬운 디오티마입니다만, 야심작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이번화는 디오티마의 과거를 회상하는 왠지 왠지 아주 중요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득 : 지난 줄거리 요약 너무 좋았습니다! 제임수 : 네, 가끔은 이렇게 요약해주는 것도 좋겠지요. 박형동의 이번 만화는 좋았어요. 뭐, 이런 일 있잖습니까? 돌아보니 사랑이더라 .. 혹은 차고보니 아깝더라. 아득 : 그렇다고 가지기는 싫고 말이죠? 이기적이시군요. 제임수 : 아니, 뭐, 능력이나 되야, 이런 문제에 이기적이 되고 말고 할게 아닙니까? 아득 : 다음은 초이스, 디스커버리, 하이퍼링크 등의 코너가 있는데 말이죠. 이것과 뉴스의 신작소개랑 서로 보완하고 있는 것 같군요. 다만 굳이 이렇게 멀리 분화 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아무래도 신작 소개 코너와 이런 부분은 같이 모이는 편이 좋을텐데요. 제임수 : 뭐, 아무래도 디스커버리는 신작 소개라고 하기는 어렵고, 하이퍼링크도 책 소개라고 보기만은 어렵구요, 영화 코너도 연결되니까 말이죠. 아득 : 그렇다면 뉴스 부분의 정체성을 좀더 확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임수 : 아무래도 소설잡지 쪽이니까 아직은 그런 부분은 욕심부리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말미에 있는 에세이들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마이너 열전은 앞으로도 참 기대되는군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에 관해서 쓸지. 아득 : 저는 작가들의 집필습관에 관한 글도 괜찮았는데요, 이런건 어떻게 수집했을까 궁금하더군요. 전화하면서 은근슬쩍 물어보고 했을까요? 아니면 이메일 앙케이트? 제임수 : 뭐, 그런거야 업계비밀일테니 저희같은 일반인들이 굳이 알 필요야 없겠죠. 아득 : 장르의 흑역사와 예고편을 읽고나면 다음 호가 기대되는군요. 너희 좀비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구요. 역시 이것도 고도의 상술일까요? 제임수 : 뭐,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겠습니까? 아득 : 그럼 마칠 시간이 되었군요. 긴 시간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나와주신 제임수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제임수 : 아, 네, 다음에도 이런 기회 있으면 꼭 불러주십시오. 스튜디오는 시원하군요. 제가 사는 월셋방은 남향이라 요즈음 너무 더워서... 아득 : 잠시 광고 이후에, 노래 들으면서 마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오랜동안 극장에 가지 않은 뒤에 본 영화여서 그랬는지, 세시간 가까운 시간이 금방 훌쩍 가버리는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개운치 않은 질문이 나를 사로잡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속이 후련할 정도의 강렬한 연기와 각본의 향연이고, 정말 시원하게 우스꽝스러우며, (사람이 별로 없는 극장에서 나도 모르게 그만 혼자서 아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원래 그런 일은 잘 없는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마지막 대사와 크레디트의 음악은 정말 깔끔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의 기분이 그런가 하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과 맞물려서 나를 괴롭힌 질문은 다음 두 가지다. 1. 이 영화는 걸작인가? 2. 이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걸작인가? 두 개의 질문은 끝까지 생각해볼만한 주제이다. 거기에 대한 대답은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뒤에 이미 내려졌고, 그 뒤의 감상은 별로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두 질문 사이의 간극이 나를 괴롭게 한다. 어쩌면 단지 내가 처해있는 극히 개인적인 상황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마도 그것은 내가 서있는 지점이 미국 전통 영화들의 계보와는 다른 지점에서 미국영화를 접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제임스 딘이 출연했던 자이언트를 걸작이라고 부를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 영화에 대해서도 걸작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확하게 액션영화로써의 매트릭스가 기존의 모든 어반 테러리스트-저항군 액션영화에 대해 했던 것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트리스는 철학적으로 보기 보다는 영화의 액션의 자유에 대한 재해석과도 같은 영화이다. 이전의 홍콩영화들은 강렬한 기술적인 방법과 환상적인 장르법칙의 힘으로 그 지점에 도달한 바있다. 매트릭스는 그마저도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There will be blood에도 적용될 수 있으리라. 이것이 내가 장르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르법칙과 가족주의 사이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스필버그가 온다면 그와 함께 이 영화를 볼 때 나는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내가 그 대답에 관해서 말하는 것은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말할 수 있겠지만, 아마 말한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의도한 바와는 다를 것 같고, 이 영화를 감상한, 혹은 감상할 예정인 사람들에게도 불필요한 것일 것 같다. 다만, 나는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중이다. 게다가 칸의 선택이 나중에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 지켜보는 것에 매우 흥미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것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 라는 질문. ![]() 자, 이제부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대개 그렇듯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 전체에서 굉장히 소소할지도 모를 매우 짧은 한 순간에 대한 단평이다. 나는 그것을 아이들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영화에서는 검은바탕의 화면에 그 특유의 고딕한 글씨체로 (제목의 서체와 같은) 연대를 보여주면서 점프하는 부분이 몇 장면 나온다. 이 점프는 때로는 매우 짧은 시간을 뛰어넘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긴 시간을 뛰어넘기도 한다. 이야기의 단락을 나누지만 그것은 특별히 전체적인 줄거리의 단락을 따라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 인상적인 점프 장면은 밀크쉐이크 신이 등장하기 전에 나오는 마지막 단락이다. 청각을 상실한 꼬마 HW는 다시 캘리포니아 근처의 유전으로 돌아와서, 그 동네의 꼬마 메리와 논다. 메리는 수화를 따라하기도 하고, HW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그들은 계단을 올라가서 밑으로 뛰어내리는 놀이를 한다. 우리는 그들이 떨어진 뒤에 다시 계단이 있는 쪽으로 나올때에야 그들을 본다. HW는 양복에 멜빵바지를 입고 있거, 메리는 허름한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있다. HW가 뛰어내리면 그 뒤를 따라 메리가 뛰어내리고, 다시 계단을 올라온 HW가 그 뒤를 따라 뛰어내리고, 그 뒤를 다시 메리가.. 우리는 그러다가 갑자기 이 장면이 유령처럼 꺼져버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검은 화면과 경제 대공황의 연도가 나온다. (혹은 직전의 연도이던가? 가물가물) 성장한 메리와 HW의 결혼장면으로 이어진다. 주례를 선 신부가 성경을 읽어주는 동안 (아마도 요한복음이었던가? 가물가물) 메리는 그것을 수화로 HW에게 전해준다. 두 사람은 신부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서 있다. 메리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고, HW는 양복을 입고, 머리를 차분하게 붙인 (..HW일때도 그랬지만.)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HW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서 떠난다. 떠나온 다리를 서로 완전히 불태워 버린다. (그리고 나서 유명한 밀크쉐이크 장면, 모든 복수가 완료되고, 진짜 가족하나 없이 고독해지는 장면.) 나는 기묘하게도 그 연도가 나오는 분절마다 다니엘의 가족관계의 변화를 감지한다. 첫번째 분절. 혼자에서 사업하는 동료들이 늘어난다. 분절. HW가 등장한다. 분절. 그리고 새로운 가족-유사가족의 등장.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가족을 형성하고, 살해하고, 회복하고, 파괴하는 과정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가족 구성원을 결정하기도 하고(HW), 받아들였다가 가족이 아닌 순간 살해하기도 하며(헨리), 견고하게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기도 하고(석유사업), 가족을 버리기도 하고(HW농아학교), 유사가족의 가능성을 무참히 짙밟아 응징하기도 하며(엘리), 자신의 가족으로 편입시키도 한다(메리)... 모든 것은 가족의 중심에 있는 이 전능한 아버지... 그러나 세상과의 싸움에 괴물이 된 아버지의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그 아버지의 가족경계선이란 혈연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가? 가족이기주의라는 말이나, 패밀리비즈니스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그 보다 더한 운명과 의지가 이 남자 안에 들어있다. 그렇게 읽으면 이 영화의 제목, 피가 있으리라-는 불길하게 읽힐 뿐만 아니라, 어떤 희망의 메세지로도 읽힌다. 그래, 우리는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일지도 몰라. 피가 섞인 가족일 수도 있고. 하지만 예전에 피가 있든 없든 상관없어. 앞으로 우리 사이에는 피가 있을테니까. 우리는 피로 묶인 한 가족이 되는거야. 제3계시교 같은 종교도, 석유 사업도, 사실은 모두 다 말하지 않는가? 우리는 한가족이야. 성경은 결국 혈연의 연대기 아닌가? 육체적인 가족에서 영적인 가족으로, 투쟁영역의 확장이 아닌가? (그런 세계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로 가족을 만들고, 지키고, 파괴할 수 있는가?) ... 나는 이 사이렌 소리 같은 음악 (이 영화의 테마곡과도 같은 그 불길한 음악!) 속에서 사라지는 자막이란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은 모두 다 잘 알듯이, 천국과 지옥의 동시태이기 때문에, 이것은 홈 가족 드라마인 동시에, 호러물이 된다. 나는 그 검은 화면의 분절마다, 연도가 등장하고 사라질때마다, 다니엘의 가족사의 변천의 주요장면을 집어내는 것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쩔 수 없이 가족을 형성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우리 모두 그 지옥같은 투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 ps. 다니엘은 HW가 가정을 이루고 독립하고 난 뒤에, 즉 자신이 선택한 착한 아들을 이제 떠나보낸 뒤에, 나쁜 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엘리를 완전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파멸시켜버린다. 그리고 나서 말한다. I'm finished. 난 끝났어? 혹은 다 이루었다. 다니엘을 악마로 묘사하는 것은 완전히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다니엘은 차라리 하나님에 나오는 것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거나, 적어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피카레스크 문법은 그런 지점에서 읽힐때에야 비로서 제대로 기능한다. (혹은 에덴의 동쪽에 대한 재해석. 또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자이언트에 대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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